한국 생활
2020년 반추
all_serene_
2021. 2. 27. 20:36
역병이 가져다 준 시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좋든 싫든, 독수리가 하늘을 바라보듯 상황과 감정을 분리하는 연습을 했다. 에너지가 필요할 때는 꽤 오래 인간과의 컨택을 끊고 내 방에 몸을 숨겨, 신을 마주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었다. 강아지들과 나가는 산책도 위로가 되었다.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 안의 내가 비로소 사랑으로 충만해졌을 때, 사람을 만났다. 외향과 내향의 언저리를 부단히 서성이는 나. 나는 나를 참 잘 모른다.
Things unseen: 서른 살을 넘기면서, 마음에 큰 변화가 생겼다. 죽음의 실재가 서서히 느껴졌다. 친밀함의 거리와 상관없이 주위의 사람들의 생명이 사그라드는 것을 지켜보며 살 날에 대해서 생각했다. 항암치료로 척추가 말려질만큼 고통스러워하던 그의 모습이,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곡기를 끊은 한 어미의 손가락이, 돈에 마음을 내 준 사람들의 허무한 목소리가, 매일같이 코로나를 외치는 뉴스 앵커의 표정 없는 얼굴이 내 앞에 놓여진 여러 날들을 상기시켜줬다. 내 삶이 지향하는 그 곳은 소명과 소망이다.
뒤엉킴을 견디기: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어야 하고, 모든 순간이 스케쥴러에 적힌 일정대로 움직여야 마음이 편하다. 칸트야말로 나의 이상형이고, 이상이다. 2020년 내게 분노를 일으키는 원인을 마주했다: 약속을 어긴 누군가, 결과적으로 뒤엉킨 스케쥴 따위. 올해는 부디 뒤엉켜도 늘 기뻐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고 '엉망진창'을 견디는 훈련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