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과 민족주의
요즘엔 한국 언론에서 앞다투어 보도하는, 자부심에 차오른 기사들을 너무 많이 봐서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높은 시민의식으로 국민 모두가 이 사태를 해결했다는 '강화'로서의 인풋은 국가단합에 좋다고 생각한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서까지 우리가 잘났다라는 식의 몇몇 언론사들의 오만한 보도는 조금 선을 넘은게 아닌가 싶었다. 같은 수준의 열기로, 몇 일 전, 독일 베를린의 한인부부가 코로나 관련한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사건이 다뤄졌다.
[일단, 코로나가 대체 어느 대륙, 인종, 그리고 민족에서 나왔는지가 왜 사람들에게 중요한지 모르겠다. 이걸 아는 것이 과연 이 사태의 해결에 도움이 되는가. 같은 기숙사에 사는 누군가는 중국에게 각 국가가 손해배상을 청구해야한다고 떠들어댔는데, 난 이 아이가 무슨 전공을 공부할까 매우 궁금했다. 바이러스는 계속 진화될 것이고 자연 발생이다1). 만약 너희 나라에서 다음 바이러스가 터지면 세계 각국에 보상할건가..를 묻고 싶었지만, 내 정신건강을 위해 그냥 삼켰다2). 하지만, 중국이 초반 대응을 미숙(과격한 표현으로, 은폐)하게 한 일에 대해서 도의적으로라도 사과할 필요는 있다고 '아주, 매우, very' 생각한다3).]
여튼,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 격하게 반응하는 댓글 중 유럽보다 한국이 더 낫다는 우월의식을 보이는 글들이 종종 눈에 들어왔다.
모니터를 껐다.
기형적인 열등감은 쉽사리 자부심이 됐다가도, 자존감은 아니여서, 뭉개지는 사건들 앞에서 피해의식인지 모를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다.
감성적 연대는 어느정도 '아름답다'. 하지만, 철저한 자기 객관화 없는 감성은 어떤 무기보다도 위험하다. 더 문제는, 이 감성이 과잉된 국가주의와 맞물려, 또 다른 인종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가끔 한국인은 태생적으로 똑똑하고 빠릿빠릿하다는 자화자찬의 소리를 들을 때마다 조금 무섭다. 유태인을 학살해도 떳떳했던 어느 남자와, 동아시아 중 제일 선진된 국가이기에 타국가를 말살해도 가책을 느끼지 않았던 이웃 어느 나라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또, 여전히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반대편 쪽 나라도 떠오른다.
내 가족과 내 기억이 살고 있는 내 나라가 부디 광기 어린 집단화와 똑같은 수준으로 광기 어린 개인화, 그 미묘한 사이를 잘 걸어갔으면 좋겠다4). 더불어, 나에게 강한 것이 어느 순간 약함이 될 수 있고, 타인도 나에게는 없는, 또 다른 형태의 강함이 있다. 이것의 인지를 바탕으로 건강한 '시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1)중국 실험실의 바이러스 유출 음모론은 여기서 배제한다.
2)오해하지 말길,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민주주의다. 근데 이 이데올로기마저도 차선책일뿐,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3)외국에서 혼자 살기 시작한 이후로, 굳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만들고 싶지 않아 큰 일 아니면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다. 비겁해진 것 같기도 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쪼-금 더 배우는 중인 것 같기도 하고.
4)정치에 관심을 갖고 공유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요 근래, 정치 이야기가 제일 쓸데없는 것 같다. 그래서 사절. 이렇게 '찐'어른이 되어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