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09. 프랑스 파리_ 사랑의 벽: 시간이 늦어 들어가지 못했다. 모든 문제의 해결, 사랑의 마음.

 

일년에 한번씩 오는 라마단 기간이다. 내 인생에서 벌써 세번째 겪는 라마단이다.

그 전에,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신자들이 행동하는 것에는 나는 아무 이의가 없다는 걸 분명히 해두고 싶다. 그들의 자유에 대해서 내가 왈가왈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궁금한 것 몇 가지:

1) 이 금식 문화도 종교마다 다 다른걸 처음 알았다. 무슬림 친구들은 해가 지면 음식을 먹어도 되는 아주 흥미로운 금식 문화를 가지고 있다. 금식이라는게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인 식욕을 자제하면서까지 다른 쾌락을 멀리하고 신께 집중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거라면: 낮엔 자제하고 해가 지면 자제하지 않아도 되는건가. 해 뜨기 전까지 마구 먹고, 그 다음 날 아침에 다시 금식을 시작하는 날라리들이 있지 않을까 라는 시덥잖은 상상을 해 봤다. 나중에 이 기간이 다 끝나면, 무슬림 친구한테 한번 물어나 봐야겠다.

2) 우리 통로에는 유독 무슬림 학생들이 많다. 해가 지자마자 학생들이 요리하느라 바쁘다. 밤마다 저렇게 맛있는 냄새를 부엌에서 풍기니, 오후 6시 이후로는 건강을 위해 (사실 살 찌기 싫어서) 왠만하면 아무 것도 안 먹으려는 나에게 너무 큰 고통이다. 금식하는 무슬림 학생들보다 내가 더 고통의 시간을 겪고 있다. 이걸 한달동안 한다던데... 일찍 자야겠다. 사순절과 시기 상 얼마 차이 나지 않는 라마단을 어쩌다 간접적으로 겪고 있으니, 부활의 기쁨을 누리고 있었는데, 밤마다 고난의 연속이다.

3) 뭐 어차피 자가격리 기간이니, 낮에 큰 부엌을 온전히 홀로 쓸 수 있다는 건 매우 큰 장점이다.

우리나라가 만약 독일 학교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여태껏 그래왔듯이), 우리 교실에도 점점 무슬림 학생들로 교실이 채워질 확률이 매우 높다. 참고로, 여기 독일은 (물론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이미 기존의 기독교 가정의 독일학생들보다 들어온 이민자가정의 무슬림 학생들이 더 많다.

상호문화교육을 공부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이론 말고, 내가 현장에 있어도 아무 혐오 감정 없이, 정말 교사라는 소명의식 하나만으로,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신념은 정말이지 타협되기 힘든 문제다.

2020.04.30 4월의 마지막 날

*저는 무슬림 학생들과 잘 지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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