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하팅엔

1분 정도 플랭크를 하면, 대략 20초쯤에 시계를 꼭 한번 본다. 40초는 된 거 같은데.... 겨우 20초밖에 안 해놓고 시계를 쳐다보는 내가 한심해서 좀 더 버텨보기로 한다.

45초 쯤에 한번 더 본다. 포기할까 싶다. 너무 힘들어서 짜증이 난다. 인상쓰면 얼굴에 주름 생기니까 미간에 주름을 펴 본다. 웃어본다. 몸은 안간힘을 쓰면서 버티고 있는데, 입만 웃고 있으니, 내 스스로가 웃겨서 진짜 웃는다. 그래도 반은 넘겼으니 다음 세트에 15초를 추가하자 등 그 짧은 순간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러다 55초에는 온 몸이 정말 부들부들 떨린다. 자세를 조금 올릴까 내릴까 고민이 된다. 포기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으로 버틴다. 5초가 정말 길다. 삐삐삐.. 잘 끝냈다. 다가오는 두번째 세트가 벌써 겁난다. 두번째 세트는 전 세트의 피로도 때문에 몸은 좀 더 힘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은 금방 간다. 다음날 자고 일어났을 때, 온 몸 구석구석 느껴지는 근육통이 나를 칭찬해준다. 이 쾌감이 또 운동하게 만든다. 

문득, 인생의 조각조각이 플랭크의 한세트라면, 지금의 여기서의 세트는 몇 초가 지났을까 궁금해졌다.

다시 생각해보니, 인생은 오히려 플랭크보다 수월한 것 같기도 하다. 플랭크는 오롯이 내 스스로 해야하지만, 인생은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많은 힘들이 이 세션을 함께 지탱해주고 있다. 더불어, 플랭크 할 때는 시간을 볼 수 있으니 정신력에 영향을 많이 주지만, 인생엔 시계가 없다. 시간의 무감각함은 오히려 현재를 집중하게 하는 아이러니함을 가진다.

많은 힘들 중 '가장 큰 힘'과 손잡고 묵묵히 걸어가자. 시계가 없으니 또 얼마나 좋은가. 매 순간 오롯이 즐길 수 있지 않은가. 정작 그 1분이 다가오면 아쉬울지도 모른다. 이 세션이 다한 후 느낀 쾌감의 기억으로, 나의 휴식기에, 내 곁에서 플랭크를 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되어주자. 그와 함께 다시 1분을 걸어가자. 

인생은 플랭크들의 연속이고, 플랭크들의 주인공들은 내가, 네가 될 수 있다. 

202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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