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인 유시민에 관해선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순진했을 때 진보의 뜻은 '모두가 함께 손 잡고 좋은 쪽으로 한 발 씩 나가는 것. 힘 없는 민중을 위한 목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인간은 근본이 악해서 절대 함께 갈 수 없다는 게 요즘 내 결론이다. 따라서, 인간의 악함을 전제한 이상, 결을 같이하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이상(ideal)일 뿐이다. 인간계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같은 말이다. 그렇다고 나는 태생이 -소위 말하는- *금수저가 아니라, 기득권을 대변하는 보수 집단도 영 탐탁치가 않다. 가진 사람들이 꼭 저라고 싶을까 라는 생각도 종종한다. 아무튼, 그래서 정치 성향이 수시로 바뀐다. 꼴통보수의 도시 TK 에 연고가 있는 것이 부끄럽다가도, 이러니 어른들이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그러셨나 할 때도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 유독 정치 이야기를 금기시하는거 같다. 독일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좋은 쪽이 뭘까 함께 고민한다. 독일 정치인들도 그렇다. 토론에서의 승리는 의견을 달리하는 두 팀이 최선을 합의했을 때다. 합의점을 내고 만족해하는 독일 정치가들을 볼 때마다 충격이다. 상대방의 말을 끊으며 언성을 높이는 일은 있을 수가 없고, 있다고 할지언정, 그 국회의원은 정말 부끄러운 짓을 했으며, 다시는 선출되지 않을게 분명하다. 독일 사람들이 우리나라 청문회를 보면 어떤 기분일까...
한국사회에서 정치이야기는 곧, 우리와 적을 나누자는 도발이고, 끝은 항상 감정싸움이 되서 애초부터 시작하지 말자는 주의같다. 니 생각이 나랑 다르다고 어찌 적이 될 수가 있는지 의문이다. 학생운동 경력이 있으며 세월호 뱃지를 단 사람들을 난폭하거나 뭣도 모르는/나라를 망칠 빨갱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있어 속상하다. 가난했던 시절 입에 풀칠하게 해 준 박통을 고마워하는 어르신들을 답답하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답답하다. 정치에는 정답이 없다. 차선만 있을 뿐. 나는 각자가 지지하는 정당의 가치관을 서로 나누고 존중해서 점점 더 좋아지는 대한민국에서 늙고 싶다. 소위 말하는 국뽕인지 모르겠지만, 독일 사회가 가지지 못한 것을 우리나라는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데 정치로 인한 국민분열이 나라를 발목 잡고 있는거 같아서 아쉽다.
2. 내가 여태껏 생각한 좋은 나라는 앞선 자가 정정당당하게 뛰고, 다수가 뒤쳐진 자를 돌아봐주며, 심사위원(국가)이 어떤 이해관계도 없이 공정(실질적 평등)하게 심사하는 나라였다. 생각이 이까지 미쳤을 때, 잠깐. 근데, 만약 인생이 경주가 아니라면. 같은 지점을 보고 1등을 하기 위해 뛰어야 하는게 아니라, 걷고 있는 너는 산책하러 나온 것이고, 뛰고 있는 너는 땀 흘리는 게 좋다면. 제각기 주어진 시간동안 의미를 찾고 행복하면 되는거잖아.
이 인생이 천편일률적 레이스가 되는 게 문제다. 왜 레이스가 됐을까. 인간 사회의 거의 대부분의 문제는 알고보면 붕괴된 시스템이고 그 붕괴의 원인은 곧, *돈이다. 돈이라는게 참 무섭다. 빠짐없이 숨어서 우리가 행복하지 못하게 노리고 있다. 정치도, 복지도, 교육도, 그리고 종교집단이 욕 먹고 있는 것도, 모든게 돈인 것 같은 생각은 나만 그런가.
결론적으로, 신이 제한된 시간만큼 우리를 운동장에서 놀게끔 해주셨다면, 악이 그어놓은 하얀 출발선을 개인들이 합의해서 국가라는 이름으로 그냥 지워버리면 좋겠다. 스칸디나비아 3개국은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국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에 대한 기준을 조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 쪽 사람들의 행복지수와 만족도가 높다면 더더욱 시도해 볼만 하지 않을까.
책 유시민의 공감필법 책 표지에 웃고 있는 유시민 작가의 사진을 보다가 잡생각이 나서 적었다. 유시민 작가가 텍스트는 남겨져야 내 것이 된다고 했으므로 기록.
*수저 없으면 그냥 포크로 먹으면 안되나. (독일식 개그야..노잼이지만, 나는 초딩 때부터 아재개그가 웃기더라. 아빠 탓인가)
*지난 주말에 KPOP 클럽에서 알바를 했다. 3시간만에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왔다. 너무 돈이 많아지니까, 순간 종이 쪼가리 같았다. 2년동안 슈퍼에서 스시 8유로짜리가 비싸서 한 번도 못 사먹은 나에게, 그 순간만큼은 돈 별거 아니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여전히 스시는 못 사먹겠지만ㅋㅋㅋ 돈도... 그냥 종이더이다.
2019.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