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우리 동네_지겐

버스에 탄 승객들의 눈이, 헬스장에 운동하러 온 사람들의 눈이, 캐셔 앞에 줄 서 있는 구매자들의 눈이 모두 스크린에 닿아 있다.

학부 시절, 음악교육 교수님께서 피아노 전공자들이 “상대적으로” 내성적인 사람들이 많다고 한 말씀이 기억난다. 관객을 대면하여 연주하는 다른 악기 전공자들과 달리, 피아니스트들은 피아노와 나의 관계에만 집중하기 때문이 그 이유였다.

문득 돌아보니 온통 스크린 지옥이다.

지금이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 평화로운 시대라고들 하지만, 가끔 소름돋게 병적으로 보이는 건 나만 느끼는 건가.

2019.12.17 직원도, 손님도 스크린만 보고 있는 맥도날드에서.

p.s. 사족이지만, 뒤이어 교수님께서는 성악가들은 가장 직접적으로 관객을 대면하기에, 쇼맨십과 사교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그룹이라고 하셨다. (허나, 교수님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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